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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르신들과 함께 받은 초록빛 인사.” “아저씨가 건네주신 초록 꽃다발.”

나는 시골의 한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이다.
 
누군가는 “주간보호센터”라고 부르지만, 어르신들이 하루를 보내는 이곳은 다정한 눈인사와 늦은 아침 햇살이 머무는 작은 마을이다.
나는 이 작은 마을을 구성하기 위해 해가 미소를 보일 즈음 어르신들을 모시러 간다. 이를 ‘송영’이라고 부른다. ‘송영’은 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사람을 맞이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해가 떠올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면 송영을 나선다. 오후가 되어 일과를 마친 후에도 차량으로 작은 마을의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모셔다드린다.
 
오늘은 어르신을 모셔다드리는 길, 어르신 집 앞에 차를 세웠더니 이웃집 아저씨가 밭일 중이었다. 아저씨께서는 시금치가 심어진 밭에 혼자 앉아 호미로 한창 밭을 갈고 계셨다. 오랜만에 만난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어르신을 집에 모셔다드리고 나왔다. 차 문을 막 열려던 찰나, 아저씨가 대뜸 “시금치 좀 가져가!”라고 말씀을 하셨다. “시금치 팔아봤자 한 묶음에 만 원이라, 일한 값도 안 나와서 시금치밭 정리하고 다른 작물 심으려고 하는데 아까워서 한 말이야.” 당황한 나는 어물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네? 하하 아깝기는 하네요!”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저씨가 흙바닥에 붙어 있던 엉덩이를 떼고 크게 자란 시금치 5개를 호미로 잘라 꽃다발처럼 내게 안겨 주었다. “저녁 반찬으로 데쳐서 먹으면 맛날겨”라고 말씀하시며, 다시 일하던 밭으로 돌아갔다. 난생처음 받은 초록 꽃다발. 어떤 말로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으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곤 다시 송영을 재개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차에 타고 계시던 어르신들께서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고 말씀하시곤, 아저씨가 일 중인 밭을 쳐다보며 다 함께 “감사합니다.”라고 합창을 하시며 박수를 보내셨다. 어르신들의 순수함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시금치 다섯 뿌리, 초록의 꽃다발. 그건 그냥 반찬거리가 아니라 이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주어진 따뜻한 인사였다. 작은 것을 함께 나누는 마음에서 온기가 전해졌고,
그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까지.
그 장면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작은 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라 아름다운 동화를 볼 수 있다.
 
오늘도 나와 어르신들,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봄 햇살이 내려앉은 시골 벚꽃길

 
 
이 시골이 갑갑했던 적이 있었다. 이 시골에서 태어나 이 시골에서 살아가야 한다니, 사주도 보러 다니며 언제 이 시골을 떠날 수 있는지 답을 찾아 헤매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마을의 구성원이 된 후 지겹고 갑갑하기만 했던 시골 생활에 웃음이 생겨났다. 매일 일어나는 동화 같은 일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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